피플 / 미술전문가

2022 예비전속작가제 우수화랑 인터뷰
– 이화익갤러리

posted 2022.11.28

2022 예비전속작가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Dialogue〉에서 우수화랑으로 선정된 9개 갤러리 디렉터를 만났다. 그들이 걸어온 발자취와 한국미술을 알리기 위한 고민,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미래 전략, 그리고 작가들과의 특별한 사연을 이대형 예술감독이 인터뷰했다.

이번〈Dialogue〉프로젝트를 기획한 큐레이터 이대형은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큐레이팅의 영역을 환경, 커뮤니티, 기술, 미래 등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2017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2020년 런던, 베를린, 뉴욕, 부에노스 아이레스, 서울에서 동시에 열린 CONNECT, BTS 프로젝트, 국내 큐레이터 10인과 해외 큐레이터 10인의 리서치 네트워크〈코리아 리서치 팰로우〉를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기획했다. 최근 런던 아트 매거진 APOLLO의 2022년 40 UNDER 40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이화익갤러리 전경

이화익갤러리 대표 이화익

Q. 젊은 한국작가들을 발굴하고, 글로벌 홍보를 해온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2001년 화랑을 처음 문을 연 이후 한국 미술시장에 불어온 중국미술, 동남아시아 미술, 독일사진, 영국의 YBA 등 여러 유행과 유혹이 있었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국 미술 세계화를 위해 걸어온 외길이 인상적이다. 지난 20년을 뒤돌아보며, 향후의 비전과 철학을 듣고 싶다.

미술계의 방시혁을 꿈꾼다. 웃음.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출신이다 보니, 한국 미술, 한국 작가를 세계에 알리는 일에 앞장서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 미술시장에서의 인지도와 평가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한국미술사 그리고 세계미술사에서 기록되고 기억되는 작가를 발굴하고 그/그녀가 성장하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옆에서 지원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흔들리지 않는 지원을 할 수 있는 갤러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Q. 작가를 선정하는 시기가 비교적 빠르다. 작가를 발굴하는 태도와 순발력에서 역시 큐레이터 출신임을 확인한다. 초기에 어떤 어려움은 없었나?

2001년 처음 이화익 갤러리를 열었을 때가 40대 초반이었다. 그래서 동시대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3040 세대 작가와의 교류가 잦았다. 본격적으로 이화익 갤러리를 시작하기 전 갤러리 현대에서 디렉터로 근무했던 경험은 큰 자산이다. 당시 갤러리 현대는 상업적인 프로그램과 비상업적인 프로그램과의 적절한 밸런스 아래 작가 프로모션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 20년전 화랑을 열었을 때, IMF 이후 화랑이 사양산업이라고 할 정도로 냉각기였다. 시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고, 주변 갤러리 선배들도 말렸으나, 적어도 3년을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3년이 10년이 되고, 10년이 20년이 되었다. 뒤를 돌아보면 김덕용(Duck-Yong Kim), 김동유(Dong-Yoo Kim), 최영걸(Yeong-Geol Choi) 등의 작가들이 다 중진작가가 되었다.

Q. 우수화랑 전속작가제의 제도적인 출범을 이끌어 냈다.

2017년 화랑협회장을 하면서, 여러 세미나를 통해 한국 미술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진했다. 그 결과 전속작가제를 제도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미술관의 정체성이 컬렉션에 의해 결정되듯이, 갤러리의 정체성, 갤러리의 경쟁력은 함께 일하는 작가에 의해 결정된다. 당시 안두진, 차영석 작가를 시작으로 젊은 작가들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었다.

Q. 지난 1년 프리즈 서울에 대한 기대감과 팬데믹 이후 안전자산 투자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현대미술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이 같은 시장의 훈풍 속에서 갤러리와 작가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호황이 반드시 좋은 것 만도 아니고, 불황이 반드시 나쁜 것 만도 아니다. 호황일때는 펀드 등 금융상품까지 미술시장에 가세해 작가들의 작품이 시장의 취향에 편승하는 위험이 증가한다. 반면 불황은 좋은 작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갤러리는 작가를 기다릴 수 있어야 하고, 작가는 자신의 작품세계가 스스로의 의미를 찾아 숙성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기다림의 미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Q. 아트 마이애미, LA아트쇼, 아부다비 아트,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 스코프 바젤, 아트 런던, 아트센트럴 홍콩 등에 꾸준히 우리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이화익 갤러리의 글로벌전략은?

지난 20년간 유럽, 미주, 아시아의 여러 아트페어를 경험했지만 지난 2012년부터 중동의 아부다비 아트페어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문화적인 다양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아랍메미리트의 경우 특히 한국에 우호적인 분위기이다. 또한 중동은 넓은 의미의 아시아에 포함된다. 그래서 한국문화예술에 대한 공감이 크다. 특히 구겐하임 미술관의 개관 앞두고 있는 아부다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한국미술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신상호, 허달재, 김덕용 작가의 작품을 선보여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Q. 이번〈다이얼로그〉에 참여하는 김미영, 안두진, 차영석 작가 대한 짧은 설명 부탁한다.

10여년 전 일민 미술관 전시 때부터 지켜본 본 안두진 작가는 회화와 설치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림 속 다양한 의미의 변주를 만들어 낸다. 연필화로 유명한 차영석 작가는 압도적인 시간의 축적으로 만들어낸 섬세한 드로잉과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김미영 작가는 동양화 기법과 서양화 재료를 결합하는 과감한 실험에 주저함이 없다. 이들 작가들은 메타버스, AI, 3D 프린팅 등 최근의 기술적 환경 속에서 타협할 수 없는 아날로그 회화의 본질적인 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인류와 함께할 예술 역시 아날로그적인 가치를 잃어버려서는 안된다.

김미영,〈Dawn Walk〉, 2022, Oil on canvas, 53x45.5cm, 이미지 제공: 이화익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