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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협화음의 하모니

posted 2016.10.05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출신의 네 명의 기획자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불협화음의 하모니(Discordant Harmony)’ 전은 현재 아시아가 직면한 다양한 현상과 문제들을 논한다. 2015년 서울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전시에 이어 2016년에 개최되는 세 번째 전시는 대만의 관두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개별적 주관성과 제도적 관계에 초점을 두고 19명의 작가들의 관점을 통해 현대의 아시아 도시들이 처한 사회 상황을 고찰한다.




아시아의 중요한 이슈들


‘불협화음의 하모니’ 전은 과거의 경험에 대해 사색하고 새로운 경험을 창출한다. 미술제작과 지식생산을 결합한 본 공동 프로젝트는 새로운 문화적 플랫폼을 마련하고자 독일 괴테 인스티튜트(Goethe Institute)의 주도로 시작되었다. 본 프로젝트는 네 개의 서로 다른 지역의 기관과 기획자, 작가들이 오늘날 아시아가 직면한 다양한 현상과 이슈들에 관해 협력하고 조사하며 토론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우리는 예술 행위와 전시 연출을 통해 ‘아시아’라는 문제를 재조명한다. 정치적, 경제적, 언어적 관점에서 볼 때 아시아에서 발생하는 인간사회의 문제들은 사실 지역적이라기보다 전세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다.


왼쪽) 다나카 고키(Koki Tanaka), ‘5명의 피아니스트가 동시에 연주하는 피아노(A Piano Played by 5 Pianists at Once)’ (첫 시연), 2012, 콜라보레이션, 영상 기록(57분), Photo courtesy of the artist, Vitamin Creative Space, Guangzhou and Aoyama Meguro, Tokyo. Commissioned by the University Art Galleries,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 Tanaka Koki 오른쪽) 치바 마사야(Chiba Masaya), ‘초상화 #3’, 2015, 아트선재센터 “불협화음의 하모니” 전시 중 퍼포먼스 장면, 11분 13초 왼쪽) 다나카 고키(Koki Tanaka), ‘5명의 피아니스트가 동시에 연주하는 피아노(A Piano Played by 5 Pianists at Once)’ (첫 시연), 2012, 콜라보레이션, 영상 기록(57분), Photo courtesy of the artist, Vitamin Creative Space, Guangzhou and Aoyama Meguro, Tokyo. Commissioned by the University Art Galleries,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 Tanaka Koki
오른쪽) 치바 마사야(Chiba Masaya), ‘초상화 #3’, 2015, 아트선재센터 “불협화음의 하모니” 전시 중 퍼포먼스 장면, 11분 13초



세상의 이미지


본 전시회는 작가 19명의 작업을 통해 세상의 이미지, 역사의 생존자, 이중 정체성, 생명정치(bio-politics)에 대한 저항이라는 네 가지 핵심 아이디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전시 제목인 ‘불협화음의 하모니’는 먼저 개성과 협력의 분열과 혼합을 암시한다. 프로젝트 제작 4년째에 접어든 다나카 고키(Tanaka Koki)는 ‘공동 참여’와 관련된 문제에 집중해 왔다. 그는 다양한 참여자를 초대해 한시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역사적인 문제에 대한 실험적 대화를 모색하기도 한다. 달리 말하자면, 협력은 오늘날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 되었지만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다. 반면, 치바 마사야(Chiba Masaya)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회화작업과 목조 모델 및 설치물 제작 과정을 통해 주제를 직접 다룬다. 그는 사실주의 회화기법을 사용하여 정체성을 드러내며 이러한 모든 시도는 내면화를 통해 어떻게 폭넓은 시각이 가능한지를 제시한다. 기본 방향에서 차이는 있지만 이 두 방법은 모두 회화나 개념을 이용하여 세상에 가까이 다가가는 법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수백 년간 여러 세대에 걸쳐 변화를 겪는 세계는 시스템의 진화를 보여주는 완벽한 예이다. 세계라는 개념이 전개되는 규모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과학과 기술의 발전, 산업혁명 및 자본주의와 관련을 맺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다양한 민주주의 혁명이 가속화되었다. 그러나 자원획득과 이익창출 면에 있어서는 균형이나 균등이 이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항상 불균등하다. 우리는 평범함, 불변성 혹은 불균형이 평등한 세계에 대한 사람들의 상상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의 상황은 동적(動的) 평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왼쪽) 덩 자오민(Teng Chao Min), ‘의지의 게임(Game of Wills)’, 2016, 사진 위에 드로잉, 각 210×297mm, Courtesy of the artist 오른쪽) 구정아, ‘당신이 하는 일을 당신은 왜 하는가’, 2015, 324개의 원형 자석. 가변 크기, Courtesy of the artist 왼쪽) 덩 자오민(Teng Chao Min), ‘의지의 게임(Game of Wills)’, 2016, 사진 위에 드로잉, 각 210×297mm, Courtesy of the artist
오른쪽) 구정아, ‘당신이 하는 일을 당신은 왜 하는가’, 2015, 324개의 원형 자석. 가변 크기, Courtesy of the artist

구정아(Koo Jeong A)는 자기(磁氣)를 이용해 설치작업을 구성한다.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구조는 사실 지속적이고 역동적이며 분열하는 힘을 내재한다. 작가는 산업용 자석을 배열하여 세계 관계에 대한 메타포를 나타낸다. 끌어당김, 균형 및 다가오는 불안정의 힘은 이성의 언어와 법규가 권력의 근원적인 실체를 가리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 같다. 이러한 세력은 상호침투와 상호배제가 발생하는 훨씬 더 복합적인 상태를 감추고 있다. 김소라(Kim Sora)는 사운드를 이용해 공간을 점유하고 공간과의 상호관계를 형성한다. 설치물의 끝부분에 서로 다른 사운드를 설치하고 다양한 위치를 선택하여 양극단 간의 인지적 균형을 이해하는 학습의 경험을 창출한다. 권병준(Kwon Byung Jun)은 이전 콜라보레이션에서 선보였던 피아노를 사용하여 라이브로 공연하고 그 공연실황을 그대로 녹음한다. 그러고 나서 녹음된 연주를 전시공간에서 여러 시간대에 방송으로 내보낸다. 이 세 작가들은 사물을 이용하여 우리의 인식을 형성하고 세계에 대한 서로 다른 메타포를 구성한다.


이와 같이 구성된 메타포와는 대조적으로 덩자오민(Teng Chao-Ming)은 올림픽과 관련된 다양한 홍보 및 리서치 이미지를 제시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세계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고고학에 대한 그림을 전면에 대두시킨다. 알다시피 올림픽을 상상하면 세계를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 바이솽촨(Pak Sheung Chuen)은 세계의 코딩 시스템을 사용하여 시스템 외부에 있는 개인 간 관계를 재발견하고 홍콩에 사는 그 개인들을 다시 방문하여 지난 10년 간 그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한다. 그는 각 개인이 세계의 축소판이며 그 세계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초월하는 구성요소라고 믿는다.


함양아, ‘잠’, 2015, 영상, 10분. Courtesy of the artist. © Yangah Ham 함양아, ‘잠’, 2015, 영상, 10분. Courtesy of the artist. © Yangah Ham



역사의 ‘생존자’


역사는 진실도 기본적인 기록도 아니다. 오히려 실증적, 물질적인 현실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둔 채 쓰여진다. 그리고 그 허구를 창작하는 이는 역사가 만들어 낸 세계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 ‘역사-세계’의 생존자이며 그가 만들어내는 것은 개인과 세계의 관계이다. 1997년 아시아의 금융 위기와 동남아의 금융대란 이후 한국은 완전히 새로운 사회적 구성을 통해 글로벌 경제 기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은 수많은 한국인들을 혼란과 의혹뿐 아니라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에 몰아넣었다. 다른 많은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세월호의 침몰에 충격을 받은 함양아(Ham Yang Ah)는 체육관을 임시 수용소이자 생존자들을 위한 공동체로 제시하는 설치작업을 통해 그러한 충격에 대한 반응을 보여준다. 양방향 관찰을 통해 그녀의 작품은 극단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심오한 관계를 예증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다카미네 다다스(Takamine Tadasu)는 잇달아 일어난 사고들을 정리하여 성찰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는 핵실험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일본의 사회적 정황에 대해 분석할 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일본인들의 심리적 상태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량즈워(Leung Chi Wo)는 자신의 출생년도인 1967년을 출발기점으로 하는 계보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개인과 세계 간의 관계에 대한 아이디어와 연결한다. 다양한 사건들로 촉발된 역사적 파란을 경험한 우리는 모두 역사-세계의 생존자들이다. 양준(Yang Jun)은 ‘히로시마 내 사랑(Hiroshima Mon Amour)’을 개작하여 기억과 역사적 환경과의 관계에 대한 재고를 이끌어낸다. 어느 한 사건에 대한 기억들은 개인들로 하여금 그들 각각의 역사-세계에 대한 고찰을 가능하게 한다.


왼쪽) 류 딩(Liu Ding), ‘1988(이슈로서의 언어-Language as the Issue)’, 2016, 설치 (놋쇠 막대기, 서류, 유화), 가변 크기, Courtesy of the artist and Antenna Space 오른쪽) 요네다 토모코(Yoneda Tomoko), ‘징리아오(Jingliao)’ 시리즈 중, 2013, C-프린트, 650×830mm 왼쪽) 류 딩(Liu Ding), ‘1988(이슈로서의 언어-Language as the Issue)’, 2016, 설치 (놋쇠 막대기, 서류, 유화), 가변 크기, Courtesy of the artist and Antenna Space
오른쪽) 요네다 토모코(Yoneda Tomoko), ‘징리아오(Jingliao)’ 시리즈 중, 2013, C-프린트, 650×830mm



이중 정체성


19세기 동아시아의 복잡한 역사 속에서 개인은 언제나 정치적 스펙트럼 안에서 정체성과 관련하여 어느 한 쪽을 선택할 것을 요구 받았다. 사회 역시 이러한 압력에 의해 분열되었다. 살아나갈 방도를 찾으며 부유하던 개인들은 이중, 또는 심지어 다중 정체성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 요네다 토모코(Yoneda Tomoko)는 스파이였던 오자키 호쓰미 (Ozaki Hotsumi)의 흔적을 쫓는다. 그녀는 장제스(Chiang Kai-Shek) 휘하의 참모총장이 거주했던 대만 속 일본식 주택도 기록한다. 또한 세계화로 인해 몰락한 타이난 허우비 구의 징리아오(Jingliao) 마을에서 장제스 정권의 흔적을 찾는다. 그녀의 사진 속에 있는 인물들은 모두 일본인이든, 중국인이든, 대만인이든지 간에 이중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 류딩(Liu Ding)은 중국 미술계에서 발생한 현상을 바탕으로 1985년과 1988년에 중국 미술계를 뒤흔들어 놓은 사건들의 대화를 유도하여, 한편으로는 유럽-미국식 사상의 패러다임을 인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외적 영향력에 의문을 제기하여 미술 지식에 있어 동서양의 분열을 제시함으로써 이중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또한 자신의 작품을 통해 예술 규범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펼친다. 하오징반(Hao Jingban)은 각각 다른 시기에 중국을 횡단한 무용수들을 재조명한다. 이 무용수들은 공동체의 힘을 이용해 사상적 견제를 피할 수 있었고, 예술을 향한 열정으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이중생활을 할 수 있었다. 우창(Tsang Wu)은 이중 혹은 다중 정체성을 다룬 이전의 작업들을 더욱 심화시킨다. 작가는 중국의 혁명가이자 페미니스트인 치우진(Qiu Jin)의 삶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영상을 제작한다. 그 영상에서 치우진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분열시키고 유서를 통해 순교의 이중 정체성을 강조한다. 리킷(Lee Kit)은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비춰지는 현대인의 분열된 인격에 끊임없이 주목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공간적 분열과 내적, 외적 분열 모두 일반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위) 우 창(Wu Tsang), ‘대련(对联, Duilian)’, 2016, HD영상, 25분, Courtesy of Galerie Isabella bortolozzi 아래) 정은영, ‘노래는 부르지 않을 것입니다’, 2015, 퍼포먼스 기록, 15분 41초, Courtesy of the artist. 위) 우 창(Wu Tsang), ‘대련(对联, Duilian)’, 2016, HD영상, 25분, Courtesy of Galerie Isabella bortolozzi
아래) 정은영, ‘노래는 부르지 않을 것입니다’, 2015, 퍼포먼스 기록, 15분 41초, Courtesy of the artist.



생명정치에 대한 저항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체제에 통합된 이래로 아시아는 세계를 구성하고 세계의 역학관계를 구축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아시아의 구조적 요인은 유럽의 발전과 마찬가지로 이성적인 거버넌스(governance)뿐만 아니라, 사회 권력의 작용과 분배에 대한 보다 더 심오한 메커니즘의 결과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요인들은 지배의 내적, 외적 관계, 또는 소위 말하는 ‘잠재적 식민주의’와 결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배가 저항에 부딪히게 된 연유는 생산 방식의 혁신 및 자가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작가 정은영(siren eun young jung)은 한국의 여성 극단인 여성 국극의 한 단원을 묘사함으로써 자유로운 의식, 독창적이면서도 불가피한 이중성을 표현한다. 그녀는 한 개인의 삶을 고찰하여 예술로 표현된 한국 사회에 내재된 남성중심주의를 이해하고, 여성의 역사를 재편하여 생명정치 구조에 저항 한다.


천제런(Chen Chieh-Jen)은 그의 작품 ‘제국의 국경-서양 기업(Empire’s Borders-Western Enterprises, Inc.)’에서 지배에 대한 다양한 사상들을 면밀하고도 상세하게 보여준다. 이 지배 구조들은 생명정치 체제하에 주체의 행위성이 결여된 희생양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낸다. ‘변문(Bianwen Book)’이라는 작품에서 그는 대립적인 태도로 자신의 창작 및 생활 환경을 재구성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방법론을 발전시킨다. 장원솬(Chang Wen-Hsuan)은 ‘역사-세계의 생존자’ 들을 자신의 내러티브 프로젝트의 전제로 삼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작가는 조사를 통해 잃어버린 기억을 허구로 채우고 미장아빔(mise en abyme) 기법의 내러티브를 재구성하여 인생 이야기를 복원한다. 그녀의 작품은 여러 시대들과 공간들을 연결하여 역사를 ‘완성’하면서, 기억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생명정치에 저항한다.


대만의 “불협화음의 하모니” 전은 ‘아시아라는 지리적 관점에서 ‘세계’라는 개념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아시아의 작가들은 아시아에서 발전된 ‘세계’라는 개념에 답하기 위해 자신들의 역사적 경험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잠재적 식민주의에 오랫동안 노출된 개인이 자신의 이해와 비판을 이용해 생명정치적 거버넌스를 무너뜨려야 한다면, 이 다양한 개인의 탐구 방식은 우리가 가장 주시해야 할 가치가 있는 예술 행위로 볼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황젠헝 / 미술비평

황젠헝(Huang Chien-hung)은 파리8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질 들뢰즈, 쟝 보드리아르, 쟈크 랑시에르의 책을 번역했다. 황젠헝은 영화 평론가이자 동시대 미술과 스펙터클의 평론가이다. 2007년부터 기획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국립 가오슝 교대(Kaohsiung National Normal University) 통합(interdisciplinary) 예술 연구원의 조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