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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서 북으로의 역류(逆流), 《시드니비엔날레(Biennale of Sydney)》

posted 2018.10.15

올해로 45주년을 맞은 시드니비엔날레(Biennale of Sydney, 3.16~6.11)는 여러모로 비엔날레의 문법에서 비켜서 있는 듯하다. 생각해보라. 유럽과 미주대륙이 동시대 미술사를 양분하여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데 그 외 지역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는 늘 경계 밖의 주변인으로 내몰리지 않았는가? 그래서 어쩌면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 ‘중첩: 균형과 참여(Superposition: Equilibrium & Engagement)’ 아래 모인 35개국의 작가 70명은 지금의 양상과 관성적인 성격의 행사를 혁신하려는 돌파구를 제시하려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돌파구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기 바란다.





Ai Weiwei, 〈Law of the Journey〉, 알루미늄 프레임, PVC 60×6×3m 2017. Presentation at the 21st Biennale of Sydney was made possible with generous support from the Sherman Foundation Installation view of the 21st Biennale of Sydney (2018) at Cockatoo Island. Photograph: Document Photography Courtesy the artist and neugerriemschneider, Berlin

Ai Weiwei, 〈Law of the Journey〉, 알루미늄 프레임, PVC 60×6×3m 2017. Presentation at the 21st Biennale of Sydney was made possible with generous support from the Sherman Foundation Installation view of the 21st Biennale of Sydney (2018) at Cockatoo Island. Photograph: Document Photography Courtesy the artist and neugerriemschneider, Berlin






남에서 북으로의 역류(逆流), 《시드니비엔날레(Biennale of Sydney)》



글쓴이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지난해 카셀도쿠멘타가 아테네를 상징적이고 지정학적인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로 명명하면서 동시대미술이 서구 중심의 북반구에 한정되어 있는 상황으로부터 전환할 것을 역설한 바 있다. 그 여파일까. 지난 세기 남미의 상파울루와 아바나, 요하네스버그, 호주 및 환태평양 아시아 열도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아시안퍼시픽 트리엔날레와 시드니비엔날레(Biennale of Sydney, 이하 ‘BoS’)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 45년간 꾸준히 남반구 미술계의 변화를 소개해온 BoS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설립 당시부터 이 비엔날레들이 남반구 미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다. BoS는 상파울루와 마찬가지로 베니스비엔날레로부터 영향을 받아 1973년에 설립되었다. 그러나 운영방식에서는 사뭇 다른 형식을 취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다양한 배경이 뒤따른다.


BoS 설립 몇 해 전, 1969년 <태도가 형식이 될 때전>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하랄드 제만(Harald Szeemann)이 바젤 쿤스트할레의 건물을 포장했던 작가 크리스토와 장 클로드Christo & JeanneClaude)를 호주에 초대해서 리틀베이 해변을 포장하는 <포장된 해안-백만 평방피트(Wrapped Coast-One Million Square Feet)>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때 트랜스필드(Transfield)가 프로젝트를 후원했다.(Biennials, Treinnials and documenta: The Exhibitions that created contemporary art, Charles Green and Anthony Gardner, Wiley blackwell, 2016, 57~59쪽)


이후 하랄드 제만은 1972년 5회 카셀도쿠멘타 기획을 위해서 몇 차례 시드니를 방문하였다. 독립큐레이터로서 그가 카셀도쿠멘타에서 적용한 ‘개인 신화화(Individual Mythologies)’는 호주의 큐레이터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제만과 프로젝트를 함께한 트랜스필드는 BoS의 초기 설립부터 후원자로 나섰으며 2014년까지 40년간 지속해서 비엔날레와 인연을 맺어왔다. BoS는 국가관 위주로 작가들을 초청하여 운영해온 베니스의 모델에서 큐레이터의 기획을 기반으로 하는 비엔날레 모델을 선택하게 되었다. 제1회 비엔날레는 37명 15개국이 참여하는 보잘것없는 행사였고 2회에 와서 비로소 첫 전시의 두 배 규모에 달하는, 명실공히 비엔날레 모습을 갖추게 된다.


BoS는토마스 G. 매클로(Tomas G. McCullough)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하고 1976년 “최근 국제예술형식(Recent International Form in Art)”이라는 주제로 전시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BoS는 남반구 문화적 정체성에 집중하기보다는 세계 미술동향을 자국 내에 소개하는 전시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가 닉 워털루(Nic Watelow)가 감독을 맡은 제3회(1979년)에 BoS의 성격이 만들어지는데, 그는 ‘유럽식 대화(European Dialogue)’를 주제로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피에르 레스타니(Pierre Restany)와 호주의 원주민 예술가 데이비드 말랑기(David Malangi의 토크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지역 예술가들과 큐레이터 그리고 미술대학생이나 일반인이 참여해서 창의적인 과정을 만들어가는 비엔날레를 만들었다. 이것은 당시 베니스나 상파울루가 하던 방식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BoS는 최근 비엔날레에서 관람객 62만3000명(이중 해외 관람객만 12만5000명, 2016년 기준)을 유치하면서 관람객 동원 순으로 카셀도쿠멘타의 뒤를 잇는 미술행사로 자리 잡았다.


Oliver Beer 〈The Resonance Project〉 퍼포먼스 광경 2014 Installation view at Fondation Louis Vuitton, Paris.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Thaddaeus Ropac, London Photograph: Oliver Beer

Oliver Beer, 〈The Resonance Project〉, 퍼포먼스 광경, 2014. Installation view at Fondation Louis Vuitton, Paris.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Thaddaeus Ropac, London Photograph: Oliver Beer

Mit Jai Inn 〈Planes(Hover, Erupt, Erode)〉(부분) 혼합재료에 채색 2018 Commissioned by the Biennale of Sydney with generous support from the Neilson Foundation Installation view of the 21st Biennale of Sydney (2018) at Cockatoo Island. Photograph: Document Photography Courtesy the artist and SA SA BASSAC, Phnom Penh

Mit Jai Inn, 〈Planes(Hover, Erupt, Erode)〉,(부분) 혼합재료에 채색, 2018. Commissioned by the Biennale of Sydney with generous support from the Neilson Foundation Installation view of the 21st Biennale of Sydney (2018) at Cockatoo Island. PhotographⓒDocument Photography Courtesy the artist and SA SA BASSAC, Phnom Penh

중첩(Superposition)


올해로 45주년을 맞은 제21회 시드니비엔날레 총감독은 아시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모리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 마미 가타오카(Mami Kataoka)가 맡았다. 마미는 2016년 시드니비엔날레에서 스테파니 로젠탈(Stephanie Rosenthal)이 초대한 13명의 큐레이터 중 한 사람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녀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를 ‘중첩: 균형과 참여(Superposition: Equilibrium&Engagement)’로 잡고 35개국의 작가 70명을 초대하였다.


전시는 전통적으로 시드니비엔날레의 전시장으로 사용된 뉴사우스웨일스 미술관(NSW), 아트스페이스(Artspace), 캐리지워크스(Carriageworks), 코카투섬(Cockatoo Island) 호주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A4 현대 아시아미술센터(A4 Centre for Contemporary Asian Art) 총 7곳에서 열렸다. 이번 비엔날레의 백미는 유네스코 산업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관리되고 있는 코카투섬(Cockatoo)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한 것이었다. 이 섬은 2008년 캐롤린 크리스토프 바가기예프(Carolyn ChristovBakargiev)감독 때부터 비엔날레 전시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산업용 공장 건물과 크레인, 선박을 제조하던 도크들이 오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마미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에 대해서 중국의 고대철학 ‘5행이론’을 빌려와 설명했는데, 5행이론은 ‘세상은 나무, 불, 흙, 금속 및 물의 다섯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요소들은 서로 충돌하거나 상호작용을 통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본다. 보통 ‘5행이론’은 ‘음양이론’과 함께 동양의 여러 사상에 깊숙하게 파고들어 영향을 주는데 세상의 모든 근본 물질을 탐구하는 현대물리학의 퀀텀이나 ‘+’와 ‘-’의 전기, 전자를 이원론적인 상극의 상호작용으로 보는 이치와 같다.


이처럼 세상은 우리가 알 수 없는 것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끝없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전시는 이러한 중첩과 상호작용을 다루었다. 전시에는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온 작가들의 작업이 주로 출품되었으며 호주 작가가 20%정도 참여하였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원주민 예술가들이다. 마미는 2014년 당시 40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BoS 아카이브를 업데이트하고 지난 비엔날레의 역사를 회고하는 비엔날레 스토리즈 행사를 다섯 차례에 걸쳐서 열었다.


Michael Stevenson 〈Serene Velocity in Practice: MC510/CS183〉 가변설치 2017 Commissioned by Auckland Art Gallery Toi o Tāmaki with commissioning partners the Biennale of Sydney 2018 and Monash University Museum of Art | MUMA Commission supported by the Contemporary Benefactors of Auckland Art Gallery, Chartwell Trust, Auckland Contemporary Art Trust, Auckland Art Gallery International Ambassadors, and Michael Lett, Auckland Presentation at the 21st Biennale of Sydney was made possible with generous assistance from Creative New Zealand and Institut fürAuslandsbeziehungen Installation view of the 21st Biennale of Sydney (2018) at Carriageworks. Photograph: silversalt photography

Michael Stevenson, 〈Serene Velocity in Practice: MC510/CS183〉, 가변설치, 2017. Commissioned by Auckland Art Gallery Toi o Tāmaki with commissioning partners the Biennale of Sydney 2018 and Monash University Museum of Art | MUMA Commission supported by the Contemporary Benefactors of Auckland Art Gallery, Chartwell Trust, Auckland Contemporary Art Trust, Auckland Art Gallery International Ambassadors, and Michael Lett, Auckland Presentation at the 21st Biennale of Sydney was made possible with generous assistance from Creative New Zealand and Institut fürAuslandsbeziehungen Installation view of the 21st Biennale of Sydney (2018) at Carriageworks. Photographⓒsilversalt photography

N.S. Harsha 〈Reclaiming the inner space〉 아크릴, 거울, 나무 4×12m 2018 Commissioned by the Biennale of Sydney with generous assistance from Julian Knights AO and Lizanne Knights; Victoria Miro Gallery, London and Venice; and Mami Kataoka Installation view of the 21st Biennale of Sydney (2018) at the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Photograph: Document Photography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Gallery, London and Venice

N.S. Harsha, 〈Reclaiming the inner space〉, 아크릴, 거울, 나무, 4×12m, 2018. Commissioned by the Biennale of Sydney with generous assistance from Julian Knights AO and Lizanne Knights; Victoria Miro Gallery, London and Venice; and Mami Kataoka Installation view of the 21st Biennale of Sydney (2018) at the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Photograph: Document Photography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Gallery, London and Venice

Tanya Goel, 〈Index: pages(builders drawing)〉,(부분) 청색분필, 건축용 면실151×682cm 2018. Presentation at the 21st Biennale of Sydney was made possible with generous assistance from Susan Acret and James Roth Installation view of the 21st Biennale of Sydney (2018) at Artspace. Photograph: Zan Wimberley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Mirchandani + Steinruecke, Mumbai

Tanya Goel, 〈Index: pages(builders drawing)〉,(부분) 청색분필, 건축용 면실,151×682cm, 2018. Presentation at the 21st Biennale of Sydney was made possible with generous assistance from Susan Acret and James Roth Installation view of the 21st Biennale of Sydney (2018) at Artspace. PhotographⓒZan Wimberley ⓒthe artist and Galerie Mirchandani + Steinruecke, Mumbai

N.S. Harsha 〈Reclaiming the inner space〉 아크릴, 거울, 나무 4×12m 2018 Commissioned by the Biennale of Sydney with generous assistance from Julian Knights AO and Lizanne Knights; Victoria Miro Gallery, London and Venice; and Mami Kataoka Installation view of the 21st Biennale of Sydney (2018) at the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Photograph: Document Photography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Gallery, London and Venice

N.S. Harsha 〈Reclaiming the inner space〉 아크릴, 거울, 나무, 4×12m, 2018. Commissioned by the Biennale of Sydney with generous assistance from Julian Knights AO and Lizanne Knights; Victoria Miro Gallery, London and Venice; and Mami Kataoka Installation view of the 21st Biennale of Sydney (2018) at the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PhotographⓒDocument Photograph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Gallery, London and Venice

비엔날레 보이콧


마미가 이처럼 비엔날레 아카이브를 다시 뒤적이는 이유는 트랜스필드 재단(Transfield Foundation)의 넉넉한 후원을 받던 BoS가 2014년 겪은 위기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재단의 모회사인 트랜스 홀딩(Trance Holding)은 자회사인 트랜스필드 서비스(Transfield Services)의 지분 11%를 가지고 있는데, 이 회사가 2014년 파푸아뉴기니에 있는 마누수(Manus)와 나우루(Nauru)섬에 난민들을 감금하기 위한 시설 운영에 기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비엔날레 참여 작가들의 반발을 샀다.


총 28명의 작가가 비엔날레재단 측에 트랜스필드와 맺은 후원 계약을 취소할 것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제출했고 참여 작가들의 비엔날레 보이콧이 가시화 되었다. 결국 비엔날레 측은 그해 3월 트랜스필드와의 후원 계약을 전면적으로 철회하면서 비엔날레를 탄생시킨 기업 파트너와의 인연이 끊어지게 되었다. 이 사건은 비엔날레와 같은 대형 국제미술행사와 재정 후원사의 윤리적 측면에 관한 논쟁이 가열되는 계기가 되었다.


부르주아 자본가에 의해서 유지되는 비엔날레 이미지는 BoS를 남반구의 정치적 이슈에 주목해보다 긴밀하게 호흡하는 미술행사로 운영하고자 했던 예술가 큐레이터들에게 큰 걸림돌이었던 것이다. 특히, 창립자인 프랑코 벨지오모 네티스(Franco Belgiomo Nettis)는 BoS의 설립에 깊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었지만, 윤리적인 논쟁을 겪으면서 40년 역사를 마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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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kinori Yanagi 〈Landscape with an Eye〉(14분 51초) 아크릴 2.5m(지름) 2018 Presentation at the 21st Biennale of Sydney was made possible with generous support from Anonymous and assistance from the Japan Foundation; the Australia-Japan Foundation of the 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and Trade; and Panasonic Installation view of the 21st Biennale of Sydney (2018) at Cockatoo Island. Photograph: silversalt photography Courtesy the artist

Yukinori Yanagi, 〈Landscape with an Eye〉,14분 51초, 아크릴, 지름 2.5m, 2018. Presentation at the 21st Biennale of Sydney was made possible with generous support from Anonymous and assistance from the Japan Foundation; the Australia-Japan Foundation of the 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and Trade; and Panasonic Installation view of the 21st Biennale of Sydney (2018) at Cockatoo Island. Photographⓒ silversalt photography, ⓒthe artist

(사진 맨 왼쪽)양혜규, 〈Lethal Love〉,(부분) 알루미늄블라인드,철와이어, 조명, 혼합재료 182×734×617cm. 2008. (사진 맨 앞)양혜규, 〈The Intermediate ? Head Carrying Woman〉, 빨대, 플라스틱 노끈, 바퀴, 혼합재료, 234×108×110cm, 2017.

(사진 속 왼쪽) 양혜규, 〈Lethal Love〉,(부분) 알루미늄블라인드,철와이어, 조명, 혼합재료 182×734×617cm. 2008. ⓒthe Artist
(사진 속 앞) 양혜규, 〈The Intermediate Head ―Carrying Woman〉, 빨대, 플라스틱 노끈, 바퀴, 혼합재료, 234×108×110cm, 2017. ⓒthe Artist

균형과 참여(Equilibrium & Engagement)


마미는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듯이 비엔날레의 전면에 ‘난민 이슈’를 등장시켰다. 코카투섬의 산업 전용구역 대형 공장 안에 전시된 중국작가 아이웨이웨이(Ai Weiwei)의 <여행의 법(Law of the Journey)>은 60미터 길이의 대형 보트에 익명의 난민들이 타고 있는 설치작업이다. 그는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의 말 '난민 위기는 없고, 인간 위기만이 있다’를 인용하면서 이민자의 천국이면서 최근 난민문제에 소극적인 호주 당국의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다른 사회참여작업 <원과 사각형(The Circle and the Square)>은 행동주의 예술가 [수잔 레이시(Suzanne Lacy)](시%28Suzanne Lacy%29가 잉글랜드 랭커셔 지역의 팬들에서 2년간 )가 잉글랜드 랭커셔 지역의 팬들에서 2년간 수행한 과정을 담은 커뮤니티 프로젝트의 다채널 영상작업이다. 사회 정치적인 의제를 다룬 작업뿐 아니라, 레바논 출신의 칼리드 삽사비(Khaled Sasabi)의 5채널 영상작업 <침묵으로 불러오기Bring the Silence>는 인도 뉴델리에 있는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의식을 보여준다. 전통적 문양의 천 위에 쏟아지는 꽃잎의 아름다움은 죽음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매력적인 이미지를 쏟아냈다. 그러나 이 비엔날레가 사회 참여만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


일본작가 유키노리 야나기(Yukinori Yanagi)는 컨테이너 여러대로 연결된 구조물의 입구에서 불타고
있는 영상이 거울을 통해 반사되어 여러겹의 공간을 걸쳐 지나가 결국에는 하늘과 만나게 하는 설치작업을 선보였는데, 이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양면성을 환기시켰다.


같은 창고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아브라함 크루즈빌예가스(Abraham Cruzvillegas)는 <발견된 사물들(found object)>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서 만든 설치작업이었다. 태국작가 타와차이 푼투사와스디(Tawatchai Puntusawasdi)의 정교한 금속조각은 철판을 재단하고 변형시키는 공예적 작업과정을 정교하게 제시했다.


양혜규의 토속적인 재료들이 연출해내는 음습하고 아름다운 구조물의 그림자는 호주의 원주민 작가 예레니티 아를트레 예술가들(Yarrenyty Arltere Artists)의 토속적인 공예작업들과 공명하고 회화와 조각, 가구나 영상 등 복합적이고 다양한 레이어를 지닌 브룩 앤드루(Brook Andrew)의 설치작업에 드러나는 정교한 조형능력 앞에서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중국작가겅슈에(Geng Xue)는 전통적인 도예 기술을 미디어 영상으로 연결하면서 제작과정에서 발생하는 그로테스크한 변형을 탐구했다. 그녀의 영상에서 찰흙은 생명의 기운이 들어왔다 사라지는 물활(物活)의 과정을 보여주었다.


마미의 BoS는 매우 균형있고 정제되어 있었으며 시드니의 아름다운 도시 풍경과 평화롭게 호흡하고 있었다. 아이웨이웨이의 기념비적인 난민 보트조차 이 비엔날레에서는 스펙터클한 풍경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나는 기계적인 균형과 중용이 가능한가? 다시 질문하지 않을 수없었다.


아카이브 살롱 전경. 4,5월 수요일에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에서 열렸다. 1973년부터 열린 시드니비엔날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아카이브 살롱 전경. 4,5월 수요일에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에서 열렸다. 1973년부터 열린 시드니비엔날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International Billboard Project〉(3.16~6.11) 전시광경. 시내 12곳에 설치됐다. 엘름그린과 드라그셋(Elmgreen&Dragset)이 제15회 이스탄불비엔날레(2017)에서 시작한 국제 게시판프로젝트 〈good neighbour〉와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International Billboard Project〉(3.16~6.11) 전시광경. 시내 12곳에 설치됐다. 엘름그린과 드라그셋(Elmgreen&Dragset)이 제15회 이스탄불비엔날레(2017)에서 시작한 국제 게시판프로젝트 〈good neighbour〉와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 이 글은 월간미술 2018년 8월호(403호)에 수록되었으며,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월간미술과 콘텐츠 협약을 맺고 게재하는 글입니다.


백기영 / 경기도미술관 학예팀장

1969년 강원도 평창 봉평에서 태어나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미디어 예술을 전공하였다. 2006년 광주 의재창작스튜디오 디렉터를 거쳐, 2007년 안산 원곡동에서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의 디렉터를 역임하였다. 2009년 경기창작센터 개관부터 학예팀장으로 일하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경기도미술관 학예팀장을 지냈다. 최근 경기문화재단의 문예지원팀 수석학예사로서 문예지원사업, 섬머아카데미 등 교육사업도 기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