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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매매계약 작성법 사인하기 전, 주의할 사항들

posted 2016.04.14

미술품의 거래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인 ‘계약서 작성’의 실전 노하우를 만나본다. 미술 작품에 적용되는 여러 특수성을 감안하여,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 놓쳐서는 안 될 중요 체크 리스트를 점검했다. 계약서에 명시해야 할 작품 금액 관련 사항들,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할 저작권의 분류와 범위, 작품 설명을 위한 첨부 서류들, 계약 이후 전시를 위한 대여나 매체에 따른 사후 관리의 책임 등 계약의 주요 쟁점을 망라했다.
필자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NEXT아카데미 ‘읽고, 쓰고, 만드는 아트페어’(3.9-11 종로 마이크임펙트 스퀘어)에서 ‘계약 및 저작권’에 대해 강의했으며, 이 원고는 이 강의의 연장선상에서 ‘미술품 매매 계약’ 관련 쟁점을 모아 작성한 것이다.




호텔 아트 페어, 온라인 경매 등 다양한 미술품 거래 플랫폼의 활성화와 더불어 투자재로서의 미술품의 가치가 증가함에 따라 미술품 거래 역시 증가하고 있다. 미술품의 거래와 관련해서는 매매, 위탁매매, 대여, 전시, 신작제작 등 다양한 계약 유형이 존재하는데, 이 글에서는 미술품 매매계약과 관련된 주요 쟁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반적인 계약과 마찬가지로 미술품 매매계약 역시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일정한 조건을 제시하는 ‘청약’과 상대방이 이를 받아들이는 ‘승낙’이 있으면 성립하고, 매매 계약이 체결되면 계약조건에 양당사자가 구속되는 법적인 효과가 발생하므로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계약 조항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이해가 필요하다.


 타티아나 트루베, Intranquillity, Remanence, Deployment, Les Desouvenus, 사진 외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5 라쉬크리에르 전시 전경 타티아나 트루베, Intranquillity, Remanence, Deployment, Les Desouvenus, 사진 외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5 라쉬크리에르 전시 전경

1)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참고. http://www.mcst.go.kr/web/s_notice/press/pressView.jsp?pSeq=13855 (최종방문 2016.4.8.)




계약 당사자 및 매매 미술품


매매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계약 당사자와 계약 대상인 매매 미술품을 정확히 그리고 충분히 알 수 있게 구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따라서 매매계약이 매도인이나 매수인의 대리인에 의하여 체결되는 경우 본인과 대리인에 대한 각각의 확인이 필요하다. 대상 미술품에 대한 상세 설명서를 별도 작성하여 계약서에 첨부하며, 상세 설명에는 저작자, 제호, 미술품의 종류와 성격, 매체(medium), 크기, 창작연도, 상태, 프레이밍 여부, 저작자 서명 유무, 저작재산권자, 보증서 유무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매수인은 전시 이력(exhibition history), 상태보고서(Condition Report), 수복보존처리이력(conservation history) 등을 계약서에 첨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매매금액 및 지급방법


매매금액과 계약금, 잔금의 지급 시기를 포함한 지급 방법이 매매계약서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계약 체결과 동시에 계약금의 형태로 매매금액의 일부가 지급되도록 하고 잔금은 대상 미술품의 완전한 인도와 동시에 지급되도록 한다. 이와 함께 매매대금에 프레이밍 비용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명시하여야 한다.


매매 계약서 예시 (이미지 제공: 박경신) 매매 계약서 예시 (이미지 제공: 박경신)



인도이전 매매 대상 미술품의 관리


통상적으로 매매계약의 체결과 동시에 대상 미술품이 바로 매수인에게 인도되는 것은 아니므로 대상 미술품의 인도일 이전 미술품의 관리와 관련된 책임을 누가 부담하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미술품의 인도일 이전에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하여 미술품이 멸실된 경우 이미 지급된 계약금의 반환 여부를 계약서에 포함하여야 하며, 매도인의 귀책사유로 미술품이 인도 이전에 소실된 경우에는 매도인의 손해배상의 책임을 명시하여 한다. 아울러 미술품의 운송과 관련하여 운송료 및 운송 관련 보험료를 누가 부담할지를 명시하여야 한다. 또한 미술품이 매도인의 점유를 벗어나 운송 업체에 인도된 이후 미술품의 분실, 훼손, 멸실 등에 대하여 누가 책임을 부담할지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




소유권과 저작권은 별개의 개념


매매를 통해 매수인은 대상 미술품에 대한 소유권만을 갖게 되는 것이며, 미술품에 대한 저작재산권 양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양수인이 미술품에 대한 저작재산권까지 함께 양도받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미술품을 매수한 후 복제, 배포, 전송의 방식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미술품 매매 계약과 별도로 저작재산권 양도 또는 이용허락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매도인이 대상 미술품에 대한 저작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매도인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면 되지만, 매도인이 저작재산권자가 아닌 경우 저작재산권자에 대한 별도의 확인이 처리 절차가 필요하다. 저작권은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저작자 일신에 전속하는 저작인격권은 양도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며 저작재산권만이 양도 대상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즉 매매 미술품의 양도와 함께 저작재산권을 양도받은 경우라 하더라도,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거나 미술품을 무단으로 변경하는 경우 저작인격권 침해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도 특약이 없는 때에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2)은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양도받은 미술품을 상품화하여 아트 상품과 같은 2차적 저작물을 제작․판매하고자 하는 경우 반드시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양도를 명시하여 저작재산권 양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2) 2차적 저작물이란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로써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별도의 특약이 없는 때에는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한다. 저작권법 제5조 및 제45조 제2항 참고.


매매 계약서 예시 (이미지 제공: 박경신) 매매 계약서 예시 (이미지 제공: 박경신)



계약의 해제


통상적으로 매매계약은 계약이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계약해제 조항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제권을 지나치게 쉽게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 다소 위험하다. 따라서 매도인 또는 매수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위반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위반사항을 시정할 것을 먼저 요구하고, 그 기한 내에 위반사항이 시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매매계약서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방 당사자가 압류, 가압류, 가처분 등의 절차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와 같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경우나 천재지변, 전쟁, 기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별도의 최고 절차를 요하지 않고 즉시 계약을 해체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될 수는 있다.




손해 배상


계약 당사자 중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을 계약서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실제 소송에서 손해액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당사자는 실제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하여 채무 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으로 위약금을 미리 정해 놓을 수 있다. 위약금은 손해배상 액수를 사전에 특정해 놓는 것이므로, 상대방이 계약을 위반했을 때 손해액을 입증하지 않아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감액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민법 제389조 제2항) 이러한 위약금과 구별해야 하는 개념이 위약벌이다. 위약벌은 위약금과 달리 계약을 강제하기 위한 징벌적 제재금의 성격을 가지며 위약벌의 경우에도 과도하게 무거워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가 될 수는 있으나,3) 위약벌은 그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입증하지 않는 이상 원칙적으로 감액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하고 매매 계약서에 위약벌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3) 대법원은 전체 계약금액의 3배에 해당하는 위약벌 약정은 과도하게 무거워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다14511 판결 참고.


왼쪽) KT&G 상상마당 '공부하는 수요일-미술과 저작권법' 교육 전경 (사진제공: KT&G 상상마당) 오른쪽) 아라리오 뮤지엄 미술과저작권이야기 교육 전경 (사진제공: 아라리오 뮤지엄) 왼쪽) KT&G 상상마당 '공부하는 수요일-미술과 저작권법' 교육 전경 (사진제공: KT&G 상상마당)
오른쪽) 아라리오 뮤지엄 미술과저작권이야기 교육 전경 (사진제공: 아라리오 뮤지엄)



그밖에 고려할 사항들


매도인이 매매 대상 미술품을 창작한 아티스트인 경우 대상 미술품의 전시를 목적으로 미술품의 사용을 요청할 수 있고 상호 협의를 통하여 매수인이 대여해 주도록 하는 조항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외에 매매 작품의 수리․보수 절차, 특히 장소특정적 미술(site-specific)과 같이 일반 공중에 공개된 장소에 설치되는 미술품의 경우에는 수리․보수 뿐 아니라 철거․이전 절차를 매매계약서에 명시해야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방지할 수 있다.


다소 생소한 용어와 난해한 문구들로 인하여 계약서 작성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양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고,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서명을 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국저작권위원회와 같은 유관기관의 상담 시스템을 활용해 보는 방법 역시 고려해 볼 만하다. 모든 계약은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한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계약 내용이 자유롭게 정해질 수 있으므로 앞서 설명한 사항들을 충분히 고려한 이후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계약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술품 매매계약 체결의 기본 전력이라 할 것이다. Seller Beware! Buyer Beware!

박경신 / Arts Law Center of Korea 디렉터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의 Benjamin N. Cardozo School of Law에서 지식재산법과 문화예술법을 전공하였으며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저작권법을 강의하고 있다. 이외에도 Arts Law Center of Korea의 디렉터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저작권강사로 활동하면서 문화예술기관에서 저작권법과 미술법을 강의하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국저작권위원회 등의 문화예술법제 관련 프로젝트들에 참여해 오고 있다.